tvN 드라마인 시그널에서 박해영 경위를 보면서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목적으로 존재하는지 좀 알게 된 것 같다. 21년 겨울에 추운 날씨에 집에서 시그널을 다시금 정주행하고 났을 때쯤인가, 친구가 네가 좋아할 만한 경찰 드라마가 새로 나왔다면서 추천해 준 드라마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이였다.
드라마는 완결이 나고 몰아보는 것을 좋아해서 그것은 기다리기로 하고, 책이 원작이라 길래 찾아보니 밀리의 서재에도 있어서 읽어보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의 탄생과 우리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 살인(강간, 납치) 사건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옅볼 수 있다.
생각보다 과학수사는 도입된지 오래되지 않았고, 프로파일링이라는 기법도 우리나라에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시키고 관철시키는 일은 어느 분야에서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돈키호테는 혼자 싸울 수는 있어도 혼자 승리할 수는 없다.' 는 말을 언급하는데 매우 공감이 됐다.
처음으로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도, 처음으로 팀을 꾸리는 것도, 성과를 입증해내는 것도 하나하나가 모두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하는 범죄 방식을 쫓아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도입했기에 최소한 이 책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을 잡아냈을 것이다. (책에서도 수사가 점점 발전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프로파일러가 흔적과 사실들을 가지고 추정해나가는 방법을 실제 범죄 사건으로 엿볼 수 있고, 몰입감 있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침대에 누워 이 책을 맘 편하게 읽어 내릴 수 있음은 범죄의 범인들이 범죄 사실이 모두 밝혀지고, 무기징역이든 사형이든 선고받아 현재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범죄 사건들이 등장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서울, 경기 등의 지역명, 동시대를 함께 살았던 2000년대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한숨이 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이름만 들어도 공포스러웠다. 차라리 픽션이었다면 쉽게 읽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범인들을 마주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면식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어떻게 탄생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스스로 질문을 마니 던지시는데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동일한 학대와 심리적 상처를 누군가는 극복하고, 누군가는 극복하지 못하고 괴물이 되는가?'
'연쇄살인범은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연쇄살인은 환경이 낳는다고 생각하지만 똑같은 환경에 처한 사람들 중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텍스트로 읽으면서도 범죄자의 행동들이 소름 끼치는데, 이 걸 잡겠다고 범죄자의 머릿속들 들여다봐야 하는 일은 무척 괴로울 것 같았다.
책의 후반부에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사람이 보기가 싫어져서 3일간 1인 병실에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앞에서 몇 날 며칠을 집에 못 들어가고 잠도 못 잤다는 말과는 또 다른 피로감이 느껴졌다.
열심히 범인과 싸워내주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열심히 보고 있어서 그런지 어릴 때 (성장할 때)의 경험과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 책에 나오는 범죄자들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좋지 못한 관계와 폭력사실 등을 보았을 때, 최선의 범죄예방은 어린아이들이 사랑받으며 좋은 교육을 받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고 나니 실화라는 사실에 드라마를 볼 자신감이 좀 줄어든다.
눈을 가린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둡고 처참한 실상을 마주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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